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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판 남자: 한국의 트릭스터, 봉이 김선달에 대한 종합적 분석

semodok 2025. 7. 29. 08:11

 

강을 판 남자: 한국의 트릭스터, 봉이 김선달에 대한 종합적 분석



 

서론: 한 전설적 사기꾼의 시대를 초월한 매력

 

한 남자가 평양의 대부호 최씨를 상대로 대담한 사기극을 벌인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자신이 마치 대동강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탐욕에 눈이 먼 부자에게 주인 없는 강물을 팔아넘긴다. 이렇게 얻은 막대한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홀연히 사라지는 이 이야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봉이 김선달’ 설화의 핵심이다.1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재치 넘치는 사기꾼은 과연 누구이며, 그의 기만적인 행각이 담긴 이야기는 왜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것일까?

본 보고서는 봉이 김선달이 단순한 민담 속 영웅이나 사기꾼을 넘어, 조선 후기 사회의 모순을 풍자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던 복합적인 문화 원형, 즉 ‘트릭스터(trickster)’임을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는 당대의 부패한 권력과 탐욕스러운 부를 향한 민중의 비판 의식을 담아낸 사회적 풍자물이었다. 그의 실존 여부에 대한 논쟁부터 그의 이름에 담긴 의미, 대표 설화의 구조적 분석, 그리고 세계 신화 속 트릭스터와의 비교를 통해 그의 원형적 특성을 규명할 것이다. 나아가 현대 대중문화, 특히 2016년 영화와 북한의 선전물에서 그가 어떻게 변용되고 소비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권위와 정의, 그리고 지략의 힘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문화적 협상을 조명하고자 한다.

 

I. 인물과 신화의 해부: 김선달의 기원



A. 실존과 허구 사이: 인물의 역사성

 

봉이 김선달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실존 여부는 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오늘날 지배적인 학술적 견해는 그가 단일한 실존 인물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유사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매력적인 이름 아래로 수렴되면서 창조된 허구적 인물이라는 것이다.2 이는 구전 설화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하기 쉬운 특정 인물의 이름으로 통합되는 경향을 보인다.4 실제로 김선달의 행적으로 알려진 많은 일화들은 경주의 정만서(鄭萬瑞) 5, 영덕의 방학중, 그리고 실존 인물이었던 정수동(鄭壽銅) 등 다른 지역의 재담가나 기인들의 이야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3 이는 김선달로 대표되는 이야기의 ‘유형’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었으며, 그중 ‘김선달’이라는 브랜드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학계의 통설과 달리,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김선달을 평양 출신의 실존 인물로 간주한다.8 이는 단순한 역사적 견해 차이를 넘어 정치적 행위의 성격을 띤다. 김선달을 역사적 인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은 그를 평안도 지역의 정신을 상징하는 고유한 민중 영웅으로 전유한다.9 이처럼 김선달의 실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그 자체가 문화유산이 어떻게 현대의 정체성 구축과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북한은 그를 억압적인 지주와 부패한 관료에 맞서 싸운 혁명적 선구자로 재구성하는데, 그를 평양 출신의 ‘실존’ 인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정치적 선전에 ‘역사적’ 사실성을 부여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장치로 작용한다. 결국 그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대와 체제의 이념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투영되는 ‘떠다니는 기표(floating signifier)’인 셈이다.

 

B. 이름의 해부학: ‘선달’과 ‘봉이’의 의미

 

김선달의 이름은 그 자체로 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완결된 서사다. 먼저 ‘선달(先達)’은 조선 시대에 무과(武科)나 잡과에 합격했으나 아직 관직을 받지 못한 사람을 지칭하던 실제 셔슬이다.10 이는 그를 사회의 경계에 위치한 ‘경계인(liminal figure)’으로 규정한다. 그는 관직에 나아갈 자격과 지식을 갖춘 지식인이지만, 동시에 공식적인 권력 구조에서는 배제된 아웃사이더다.12 이러한 양면적 지위는 그가 기존 체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데 최적의 위치를 제공한다. 일부 판본에서는 그가 이 ‘선달’ 칭호마저도 학질에 걸린 척 연기하여 시험을 통과하는 사기를 통해 얻었다고 묘사하는데 3, 이는 그의 근원적인 정체성조차 기만 위에 세워져 있음을 암시하며 그의 트릭스터적 본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의 별칭인 ‘봉이(鳳伊)’는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그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근원 신화다.14 이는 그가 시장의 닭장수와 어리석은 원님을 상대로 평범한 닭을 상서로운 상상의 새인 봉황(鳳凰)으로 속여 팔아넘긴 유명한 일화에서 유래했다.11 봉황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성군(聖君)의 등장을 알리는 최고 권위와 상서로움의 상징이다.16 그가 봉황을 다루는 척하는 행위는 지배계급의 상징을 희롱하고 그 가치를 전복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 따라서 ‘봉이 김선달’이라는 이름 전체는 그의 핵심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와 같다. 즉, 그는 권력에서 소외된 지식인(선달)이며, 그의 명성(봉이)은 기존의 가치와 권위 체계를 교묘하게 해체하고 조작하는 능력에서 비롯되었음을 이름 자체가 증명하는 것이다.

 

II. 대표 서사: 구조와 주제 분석



A. 거대한 기만: 대동강 물을 팔다

 

김선달의 가장 상징적인 이야기는 단연 대동강 물 판매 사건이다. 이 설화는 전형적인 사기극의 구조를 정교하게 따르고 있다.

  1. 표적 설정(The Mark): 표적은 주로 한양에서 온 거만하고 탐욕스러운 상인들로, 종종 평양 사람들을 착취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18
  2. 밑밥 깔기(The Setup): 김선달은 먼저 자본을 투자하여 평양의 물장수들에게 돈을 나누어준다.18 그리고 그들에게 대동강에서 물을 길어갈 때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물값’을 지불하는 연기를 하도록 지시한다. 이는 존재하지 않는 수익 사업에 대한 설득력 있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3. 낚아채기(The Hook): 이 연극을 목격한 상인들은 탐욕에 눈이 멀어 이것이 엄청난 독점적 수익 사업이라고 확신하게 된다.19 당시 평양에는 풍수지리상 우물이 귀해 강물 의존도가 높았다는 배경은 이 사기극에 현실성을 더한다.20
  4. 거래 성사(The Close): 김선달은 처음에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라며 판매를 거절하는 척하여 대동강의 가치를 더욱 부풀린다.19 결국 그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고 소유권을 넘긴다.
  5. 도주와 폭로(The Getaway and Revelation): 김선달은 돈을 챙겨 사라지며, 때로는 그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다.21 상인들은 직접 물값을 받으려다 사람들의 비웃음만 산 뒤에야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는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속임수를 넘어 초기 자본주의적 투기와 공공재의 상품화에 대한 정교한 풍자다. 김선달은 단순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시장 심리의 대가다. 그는 자본 투자와 조직적인 공개 시연(마케팅)을 통해 실체가 없는 곳에 ‘가치의 인식’을 창조해낸다. 상인들의 몰락은 순진함 때문이 아니라 공공 자원에 대한 독점적 통제욕과 끝없는 탐욕 때문이다. 이야기가 남기는 “욕심에 눈이 멀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교훈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제적, 심리적 원리이며, 김선달은 탐욕이라는 무기를 역으로 이용하여 상대를 파멸시키는 민중의 심판자 역할을 수행한다.

 

B. 닭에서 봉황으로: ‘봉이’의 탄생

 

‘봉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이 이야기는 김선달의 지략이 얼마나 다층적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 계획 수립: 김선달은 악덕 닭장수를 표적으로 삼고, 유달리 크고 잘생긴 닭 한 마리를 물색한다.14
  2. 어리석음의 연기: 그는 일부러 어수룩한 시골 양반 행세를 하며 닭을 보고 “이것이 혹시 전설 속의 봉황이 아니오?”라고 큰 소리로 감탄한다.22
  3. 탐욕의 유도: 닭장수는 손쉬운 사기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해 그의 연극에 동조하며 닭을 봉황이라 속여 비싼 값에 판다.15
  4. 권위의 역이용: 김선달은 이 ‘봉황’을 고을 원님에게 진상한다. 당연히 닭을 보고 분노한 원님은 김선달을 능멸죄로 벌하려 한다.11
  5. 상황의 역전: 이때 김선달은 자신 역시 닭장수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호소한다. 자신의 권위와 체면을 지켜야 하는 원님은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닭장수를 잡아들이게 된다. 결국 닭장수는 사기죄와 무고한 사람(김선달)을 매 맞게 한 죄로 값을 환불하고 거액의 보상금까지 물어주게 된다.11

이 이야기의 백미는 김선달이 관료제를 ‘무기화’하는 방식에 있다. 그는 닭장수와 직접 싸우지 않는다. 대신, 한쪽의 탐욕(닭장수)과 다른 한쪽의 자존심 및 권위(원님)를 교묘하게 충돌시켜 국가의 공권력이 자신을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든다. 그는 지역 권력의 두 축인 상업과 행정을 서로 맞붙게 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이는 힘없는 개인이 어떻게 거대한 시스템의 규칙과 허영심을 역이용하여 승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쾌한 지략의 드라마다.

 

C. 사기 행각의 레퍼토리: 그 밖의 대표작들

 

김선달의 다른 이야기들 역시 그의 일관된 수법과 폭넓은 사회 비판 의식을 보여준다.

  • 언어유희와 함정: 잣 가게에 들어가 “이게 뭐요?”라고 물으며 주인의 대답인 “옷이오(오시오)”, “잣이오(자시오)”, “갓이오(가시오)”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공짜로 잣을 먹고 유유히 사라지는 이야기는 3 문자 너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세태를 조롱한다.
  • 사회적 허영심 풍자: 상한 죽을 ‘식초로 맛을 낸 고급 요리’라고 속여 허세를 부리는 양반에게 파는 이야기는 3 체면과 허영심 때문에 명백한 거짓 앞에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 의적(義賊)의 면모: 많은 판본, 특히 아동을 위한 이야기에서는 김선달이 사기를 통해 얻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묘사된다.15 이는 그의 행위에 사회 정의적 명분을 부여하여 그를 단순한 사기꾼이 아닌, 민중의 편에 선 영웅으로 격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표 1: 김선달의 주요 사기 수법 비교 분석

이야기 명칭 주요 표적 기만 수법 기저의 사회 비판
대동강 물 판매 탐욕스러운 한양 상인 시장 심리 조작 및 허위 증거 연출 투기 자본주의와 공공재 사유화에 대한 비판
봉황 사기 악덕 닭장수, 어리석은 원님 관료제 및 사회 상징의 무기화 부패하고 우매한 권위와 상업 사기에 대한 풍자
상한 죽 판매 허세 부리는 시골 양반 허영심을 이용한 심리적 조작 사회적 체면과 허세에 대한 조롱
잣 가게 언어유희 노인 가게 주인 언어의 중의성을 이용한 논리적 함정 문자주의와 소통의 부재에 대한 희화화

III. 원형: 한국의 트릭스터 김선달



A. 트릭스터의 정의: 세계적 관점

 

트릭스터는 전 세계 신화와 민담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원형적 인물이다.26 이들의 핵심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경계성(Liminality): 사회의 경계에 존재하며, 완전히 내부자도 외부자도 아닌 상태에 있다.26
  • 도덕적 모호성: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초월하며, 이들의 행동은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파괴적일 수 있다.27
  • 변신과 기만: 변장과 속임수의 대가다.29
  • 문화적 촉매: 정체된 사회 질서를 교란하고 금기에 도전하며, 때로는 의도치 않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29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질서를 파괴하는 로키, 그리스 신화에서 신과 인간, 지하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헤르메스, 북미 원주민 신화의 창조주이자 어릿광대인 코요테 등이 대표적인 예다.30

 

B. 한국의 피카레스크: 김선달의 위치

 

김선달은 한국적 맥락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트릭스터다. 초자연적인 방망이를 휘두르며 씨름을 거는 도깨비와 같은 신화적 트릭스터와는 달리 32, 김선달의 힘은 전적으로 인간적인 지략과 심리적 통찰력, 그리고 연기력에서 나온다. 그의 힘의 원천이 초자연적이 아닌 인간의 지성이라는 점은 그를 당대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매개체로 만든다. 그는 또한 경주의 정만서와 같이 재치와 언어유희로 권력자를 조롱했던 다른 인간형 트릭스터들과 계보를 같이 하지만 5, 그 어떤 인물보다도 압도적인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러한 특징은 김선달이 한국에서 트릭스터 원형이 세속화되고 사회화된 진화의 단계를 대표함을 보여준다. 그의 힘의 원천이 마법이 아닌 지성이라는 사실은, 그가 활동했던 조선 후기 사회가 필요로 했던 이야기의 성격을 반영한다. 신분제가 공고하고 부패가 만연했던 사회에서 민중을 억압하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지주, 탐관오리, 불공정한 경제 시스템이었다. 따라서 이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트릭스터는 그들과 같은 조건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김선달의 지성은 평범한 사람들도 잠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마법’이었기에, 그의 승리는 더욱 큰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그는 민중의 챔피언이 될 수 있었는데, 이는 그의 무기가 초능력이 아닌 누구나 갈고닦을 수 있는 ‘지혜’였기 때문이다.

 

C. 풍자와 전복의 사회적 기능

 

조선 후기의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공개적인 저항은 목숨을 건 행위였다. 김선달의 이야기는 억압된 민중에게 일종의 ‘안전밸브’ 역할을 했다.2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거만하고 부패한 양반 계층과 부유한 상인들이 통쾌하게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꼈다.23 또한 그의 활동 무대가 주로 평양으로 설정되고, 그가 수도 한양의 상인들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는 중앙 권력에 대한 상업 중심지 평양의 지역적 자부심과 경쟁의식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20


표 2: 트릭스터 원형의 문화 간 비교 분석

트릭스터 인물 문화적 기원 힘의 원천 주요 교란 영역 도덕적 성향
김선달 한국 민담 인간의 지성/심리학 사회/경제 질서 모호함 (종종 의적)
도깨비 한국 신화 초자연적/마법적 힘 인간과 초자연의 경계 모호함 (도움/장난)
로키 북유럽 신화 신성/아스가르드 마법 신들의 질서/예언 혼돈적/자기중심적
헤르메스 그리스 신화 신성/올림포스 권위 경계 (신/인간/저승) 신성한 질서에 순응
아난시 서아프리카 민담 교활함/변신술 사회 규범/먹이사슬 모호함 (문화 영웅)

IV. 현대의 화신: 21세기의 김선달



A. 사례 연구: 2016년 영화 <봉이 김선달>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봉이 김선달>은 원전 설화를 현대 대중의 입맛에 맞게 대대적으로 각색했다. 이 영화는 단편적인 일화들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가진 ‘케이퍼 필름(caper film)’으로 재구성했다.37

  • 영웅적 동기 부여: 영화는 주인공 김선달(유승호 분)에게 비극적인 과거사와 절대악인 성대련(조재현 분)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을 부여하여, 그를 전형적인 액션 영웅으로 탈바꿈시켰다.3
  • ‘사기단’의 구성: 설화 속 고독한 사기꾼 대신, 보원(고창석 분), 윤보살(라미란 분) 등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매력적인 팀을 구성하여 현대적인 하이스트 장르의 공식을 따른다.39
  • 스케일의 확장: 핵심 사기극의 목표는 단순히 상인을 속이는 것을 넘어, 국가의 자원(담파고)을 청나라에 팔아넘기려는 거대한 음모를 저지하는 것으로 격상된다. 이로써 개인의 이익 추구는 국가를 구하는 애국적 행위로 변모한다.41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는 다소 진부하다는 혹평(“웃지 못해 민망하외다” - 박평식 평론가)을 받았으나, 대중에게는 가볍고 유쾌한 오락 영화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42 이러한 각색은 원전의 도덕적 모호성을 제거하고 대중이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영웅적 주인공을 만드는 상업적 필요를 반영한다. 원전의 모호하고 때로는 이기적이기까지 한 트릭스터는, 비극적 과거를 지닌 잘생긴 애국자로 ‘세탁’된다. 이는 대중 영화가 민담을 각색할 때, 원작의 복잡하고 불편한 측면을 희생시키고 관객에게 친숙한 영웅 서사와 장르적 관습을 선택하는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표 3: 각색 분석 - 원전 설화 대 2016년 영화

서사 요소 원전 설화 (종합) 2016년 영화 각색 변화 분석
주인공 동기 개인적 이익, 풍자, 국지적 정의 개인적 복수 및 애국심 풍자극에서 전형적인 영웅 서사로 전환
인물 구성 고독한 인물 (때로 임시 조력자) 긴밀한 유대를 가진 ‘사기 전문팀’ 현대적 ‘케이퍼 필름’ 장르 관습에 부합
적대자 탐욕스럽지만 평면적인 상인/관료 단일하고 강력하며 사악한 국가급 악당 명확한 선악 구도를 만들어 극적 긴장감 고조
사기극의 판돈 금전적 이득, 권력자 망신주기 국가 자원의 유출 방지, 구국 서사의 스케일을 극적으로 확장
도덕적 모호성 높음 (이기적, 무고한 피해자 발생) 낮음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영웅) 주인공을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인물로 순화

B. 스크린 너머: 웹툰, 연극, 그리고 선전

 

김선달은 영화 외에도 다양한 매체로 재탄생했다. 웹툰에서는 부패한 조정 때문에 관직을 포기한 지식인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3,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변용은 북한의 선전물에서 나타난다.

북한에서 김선달은 모든 모호성이 제거된 채, 초기 공산주의적 민중 영웅으로 완벽하게 재탄생한다.9

  • 그는 오직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지주와 부패한 관료만을 속인다.
  • 사기를 통해 얻은 재물은 반드시 고통받는 농민들에게 분배한다.
  • 무당을 사기꾼으로 비판하는 등 노골적인 반종교적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각색을 통해 그는 봉건/자본주의 계급에 맞선 민중 투쟁의 상징이자 주체사상의 선구자로 그려진다. 남한의 상업적 각색과 북한의 정치적 각색 사이의 극명한 대조는 김선달이 궁극적으로 ‘문화적 거울’임을 드러낸다. 그는 각 시대와 사회가 자신들의 가치, 불안, 이데올로기를 투영하는 매우 유연한 상징이다. 남한에서는 상업적 논리에 따라 매력적인 엔터테이너로, 북한에서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 헌신적인 혁명가로 재창조된다. 이는 그의 진정한 힘이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시대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는 바로 그 유연성에 있음을 증명한다.

 

결론: 팔 수 없는 유산

 

본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바와 같이, 봉이 김선달의 정체성은 역사적 논쟁, 서사적 구성물, 사회적 원형, 그리고 현대 미디어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유동적이다. 그는 실존 인물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필요가 만들어낸 문화적 발명품에 가깝다.

그가 남긴 진정으로 ‘팔 수 없는’ 유산은 그가 팔았던 대동강 물이 아니라, 한국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해학(諧謔)과 풍자의 정신, 그리고 부당한 권력과 폭력에 지성과 기지로 맞서 승리할 수 있다는 민중의 오랜 믿음이다. 김선달이 오늘날까지도 한국 문화 담론의 중요한 일부로 남아있는 이유는, 모든 세대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를 ‘사고팔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투영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재해석되는 것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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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미 선달 - 고양신문,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2
  13. 봉이 김 선달 - 좋은 글*삶의 이야기 - 평산박씨 - Daum 카페,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cafe.daum.net/pyungsanpark/4HP5/193
  14. [무등을 바라보며]CNK 주가조작과 현대판 봉이 김선달 - 남도일보,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572
  15. [동화 속 법 이야기] 봉이 김선달(上) - 조선일보,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kid/kid_archive/2018/07/05/J7NXQ4J4PIYHVJHAW3NBPLZZZM/
  16. 봉황(鳳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4064
  17. 문양과 장엄에 숨은 보물찾기 - 한국교육신문,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74990
  18. [ 북한 전래 동화 ] 봉이 김 선달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 - 소년한국일보,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kidshankook.kr/news/articleView.html?idxno=1524
  19. 대동강을 팔아 버린 봉이 김 선달,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www.riverlove.or.kr/manager/board/upload/Vol9%20No2_%EA%B0%95%EC%9D%B4%EC%95%BC%EA%B8%B0%205[1].pdf
  20. 주인이 없는 대동강 물을 한양의 제일가는 부자에게 판 봉이 김선달? #벌거벗은한국사 EP.127,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3yJSg7nUdP8
  21. 봉이 김선달의 용두리 찬물내기 물장사 - 동대문구청,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ddm.go.kr/tour/contents.do?key=2097
  22. [신문은 선생님] [도전! 창의퀴즈왕] 닭을 봉황이라고 판 상인… 알고도 봉황값을 낸 봉이 김선달,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06/2012080602502.html
  23. 봉이 김선달, 강물 팔아 사이다 대잔치 - 이지펜, 아이들 문해력 학습,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ezpen.co.kr/contents_view.php?idx=2817
  24. 김선달(金先达)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folkency.nfm.go.kr/topic/detail/5454
  25. 봉이 김선달 (r139 판) - 나무위키,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B%B4%89%EC%9D%B4%20%EA%B9%80%EC%84%A0%EB%8B%AC?rev=139
  26. 한국설화에 나타난 트릭스터 연구 - S-Space,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s-space.snu.ac.kr/bitstream/10371/162534/1/59700701.pdf
  27. 트릭스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ko.wikipedia.org/wiki/%ED%8A%B8%EB%A6%AD%EC%8A%A4%ED%84%B0
  28. 한국 창세신화의 '속이기' 모티프를 통한 트릭스터의 이해,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for-a.seoultech.ac.kr/FileUploader?mode=downloadWeb&subDir=/ADMI/TCAP/RA&fileName=1400671.pdf&downloadFileNm=viewer%20%EC%86%8D%EC%9D%B4%EA%B8%B0%20%ED%8A%B8%EB%A6%AD%EC%8A%A4%ED%84%B0.pdf
  29. 트릭스터 - 나무위키,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D%8A%B8%EB%A6%AD%EC%8A%A4%ED%84%B0
  30. 신화와 동화 속의 트릭스터, 장난꾸러기? 심판자? 아니면 무엇? - 한국교육신문,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85468
  31. 트릭스터 원형 : r/mythology - Reddit,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reddit.com/r/mythology/comments/d1ukyw/trickster_archetype/?tl=ko
  32. 12 Korean Myths And Legends Everyone Learning Korean Should Know - Lingopie,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lingopie.com/blog/korean-myths/
  33. Korean myths - The Legends and Folktales in the Peninsula,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90daykorean.com/korean-myths/
  34. The Korean Trickster Figure | Korea Institute - Harvard University,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korea.fas.harvard.edu/event/korean-trickster-figure
  35. Kim Seon-dal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folkency.nfm.go.kr/en/topic/detail/5454
  36. 조선 최고의 사기꾼이 왔다!!/ 중간광고 없는 7시간 연속 봉이 김선달 이야기 모음 옛날이야기,잠자리동화,꿀잠동화,오디오북 - YouTube,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eZQvBFxukPg&pp=0gcJCfwAo7VqN5tD
  37. 박대민 감독의 봉이 김선달 - 우리는 선한 사기꾼을 원하는 시대에 사는가? - 갓피플,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cnts.godpeople.com/p/47856
  38. 봉이 김선달 (2016년 영화)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ko.wikipedia.org/wiki/%EB%B4%89%EC%9D%B4_%EA%B9%80%EC%84%A0%EB%8B%AC_(2016%EB%85%84_%EC%98%81%ED%99%94)
  39. [영화리뷰] '봉이 김선달' 독특한 설정·잠재력 못살려 (Seondal: The Man Who Sells The River),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P2OsMRV-1n0
  40. 봉이 김선달 : 알라딘,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8536421
  41. 봉이 김선달(영화) (r161 판) - 나무위키,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B%B4%89%EC%9D%B4%20%EA%B9%80%EC%84%A0%EB%8B%AC(%EC%98%81%ED%99%94)?uuid=8600d144-4486-4dbc-88ea-22554e5dafe6
  42. 봉이 김선달(영화) (r158 판) - 나무위키,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B%B4%89%EC%9D%B4%20%EA%B9%80%EC%84%A0%EB%8B%AC(%EC%98%81%ED%99%94)?uuid=cffbe2a8-dc75-401b-b469-7afa9b0d2f5d
  43. 봉이 김선달(영화) - 나무위키,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B%B4%89%EC%9D%B4%20%EA%B9%80%EC%84%A0%EB%8B%AC(%EC%98%81%ED%99%94)
  44. 영화 <봉이 김선달> - 브런치, 7월 28, 2025에 액세스, https://brunch.co.kr/@smile-sea/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