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기로: 복합 위기 돌파와 전략적 기회 모색 (2025-2035)
Executive Summary
대한민국은 2025년을 기점으로 전례 없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한국의 미래를 규정할 핵심 동인, 위험 요인, 그리고 전략적 기회를 경제, 인구, 재정, 지정학, 산업 등 다차원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다. 분석 결과, 한국은 단순한 경기 순환적 침체가 아닌, 구조적이고 상호 연결된 위기의 융합점에 서 있음이 명확해졌다.
거시경제 및 재정 전망: 2025년 한국 경제는 1% 미만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 KDI, IMF, 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0.7%~1.0% 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1 이는 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 건설 및 설비 투자의 급격한 위축, 그리고 미국발 관세 전쟁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 동력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 충격이 인구구조의 급격한 악화라는 구조적 제약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은 잠재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끌어내렸으며, 2040년대에는 0%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5 이러한 저성장-인구감소의 악순환은 국가 재정에 치명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가채무는 2025년 GDP 대비 47.8%에서 2072년 173.0%까지 폭증하고,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되며,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25%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6 이는 재정 위기가 인구 위기의 필연적 귀결임을 시사한다.
지정학적 환경: 대외 안보 환경 역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핵잠수함, ICBM 등 핵심 기술을 이전받아 핵 능력을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고강도 전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9 이는 한반도를 '2025년 10대 분쟁 위험 지역'으로 부상시키는 핵심 요인이다.11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신(新) 행정부의 출범은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의 역할 등 동맹의 근간을 둘러싼 마찰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는 한국에게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12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속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해 리더십이 약화된 일본과 실질적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 역시 한국 외교가 풀어야 할 난제다.14
산업 전략 및 성장 동력: 이러한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는 안보 전략의 성격을 띤다.16 AI 글로벌 3강,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위해 조 단위의 대규모 R&D 및 정책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17 또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수소 경제 육성도 중요한 국가 과제로 추진 중이다.19 한편, K-콘텐츠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는 연간 수십 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며 새로운 수출 동력이자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다.21
종합 평가 및 전략적 제언: 한국은 저성장, 인구절벽, 재정 악화, 안보 위협이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심화시키는 '복합 위기'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이고 점진적인 정책 대응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대담하고 통합적인 국가 전략이 시급하다.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한 '국가 재설계' 수준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 국내 개혁을 위한 '그랜드 바겐': 연금, 노동, 규제 개혁을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연금 개혁(수급 연령 상향, 보험료율 조정), 생산성 향상과 인재 유치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및 과감한 이민 정책, 그리고 AI·바이오 등 신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철폐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 '전략적 민첩성'을 갖춘 외교: 한미동맹을 안보의 초석으로 굳건히 하되, 독자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여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는 실용적 경제 협력 채널을 유지하고, 일본 등 가치를 공유하는 중견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외교적 공간을 극대화하는 다층적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 '선택과 집중'의 혁신 정책: 산업 정책의 초점을 자금 지원에서 '핵심 인재 확보'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부담이 아니라, 수소 등 그린 기술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가 되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류의 문화적 매력을 실질적인 외교·경제적 영향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5년 이후 10년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적 개혁을 단행할 때만이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길을 다시 열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거시·재정 전망: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대한민국 경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2025년으로 예상되는 경기 둔화는 단순한 순환적 하강이 아니라, 인구 절벽과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깊고 구조적인 취약성이 현실화되는 신호탄이다. 이는 향후 10년간 한국의 경제적 현실을 규정할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본 장에서는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을 토대로 한국 경제가 마주한 저성장의 실체와 그 근본 원인인 인구 및 재정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1. 2025-2026년 전망: 1% 미만 성장률 현실화
2025년 한국 경제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이례적인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지표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 하향 조정은 그 폭과 속도 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은행(BOK)은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0.7%p나 대폭 하향 조정했다.1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기존 1.6% 전망을 0.8%로 반토막 내며, 건설업 부진과 통상 여건 악화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23 현대경제연구원(HRI)은 더욱 비관적인 0.7% 성장을 예측하며,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특정 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까지 경고했다.2
국제기구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불과 석 달 만에 전망치를 2.0%에서 1.0%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으며, 이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다.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을 근거로 2025년 성장률 전망을 1.0%로 제시했다.4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0%대 성장률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는 크게 내수 부진, 투자 붕괴, 수출 동력 약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첫째,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했으나 22, 그간의 고금리 기조는 이미 민간 소비와 투자를 억눌러왔다. KDI는 "내수가 가시적인 회복세를 나타내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23, 2025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5
둘째, 투자 위축은 경기 하강의 핵심 동력이다. 특히 건설 투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KDI는 2025년 건설 투자가 -4.2% 감소하며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25 설비 투자 역시 2024년 1.6% 증가에서 2025년 1.2%로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이며, 이는 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과 투자 심리 위축을 반영한다.2
셋째,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엔진이 급격히 식고 있다. 과거 한국 경제는 내수가 부진할 때 강력한 수출로 이를 만회하는 성장 모델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불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같은 구조적인 통상 환경의 변화가 수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2 IMF와 OECD가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한 주된 이유로 '미국의 관세 정책'을 명시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4 한국은행의 분석은 더욱 충격적이다. 과거 경제성장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상당했지만, 2025년 성장률 전망에서는 순수출 기여도가 사실상 0%p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었다.32 이는 한국 경제가 더 이상 수출에 의존해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수십 년간 한국의 번영을 이끌었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역사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내수 활성화가 이제는 국가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물가 측면에서는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안정세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02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했으며, 2026년에는 1.8%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1 KDI 역시 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 압력으로 물가가 2% 내외의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33 그러나 이는 긍정적 신호라기보다는 경기 침체의 깊이를 반영하는 또 다른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1.2. 인구 구조의 역습: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구조적 제동
한국의 인구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현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명백한 현실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는 노동 공급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잠재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끌어내리며, 한국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핵심 경제활동인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30년까지 연평균 0.9%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34 이는 노동 공급의 직접적인 감소를 의미하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노동력 감소는 특히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는 의료·보건 서비스 분야와 첨단 제조업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35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 KDI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1%대 후반으로 하락했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대에는 0%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5 이는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장기 정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고용 시장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KDI는 연간 신규 취업자 수가 2024년 16만 명에서 2025년 9만 명, 2026년에는 7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23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기업의 고용 창출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실업률은 2024년 2.8%에서 2025년 3.3%로 상승할 전망이다.2 특히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청년층의 실업 문제가 극심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2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가 서로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호 작용하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노동력 34은 잠재성장률 하락 5으로 이어진다. 낮은 성장률과 열악한 고용 전망 2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침체시킨다. 이러한 경제적 불안과 암울한 미래 전망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가뜩이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고령 인구의 증가는 부양비(생산가능인구 대비 유소년·노년 인구 비율)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이는 소수의 근로자가 다수의 은퇴자를 부양해야 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킨다.37 이러한 구조는 국가의 자원을 R&D나 인프라 투자와 같은 성장 잠재력 확충 분야에서 복지 지출로 이전시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더욱 옭아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경제 침체가 인구 감소를 부추기고, 인구 감소가 다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악순환의 덫에 갇혀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 불황을 넘어, 국가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인 위기 상황이다.
1.3. 재정 위기의 벼랑 끝: 지속 불가능한 경로
저성장과 인구 위기의 결합은 국가 재정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며, 한국을 재정 위기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연금 및 건강보험 등 인구구조와 직결된 의무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성장 둔화로 세수는 정체되면서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국회예산정책처(NABO)의 장기 재정 전망은 충격적인 미래를 예고한다. 현행 법과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국가채무는 2025년 1,270.4조 원(GDP 대비 47.8%)에서 2072년에는 7,303.6조 원(GDP 대비 173.0%)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6 이러한 채무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급증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기 때문이다.6
재정 위기의 핵심에는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이라는 두 개의 '시한폭탄'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줄고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늘면서, 기금 수지가 2040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7 이는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재정 부담을 전가하거나, 국가채무를 통해 메워야 할 거대한 미적립 부채(unfunded liability)를 발생시킨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고령 인구의 의료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 수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40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현재 소득의 약 7% 수준인 건강보험료율이 2072년에는 25%까지 치솟을 수 있다.8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은 같은 기간 무려 15배나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8
이러한 구조적 지출 증가는 국가의 통합재정수지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2025년 GDP 대비 -1.0%에서 2072년 -11.6%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6 이는 총수입이 GDP 대비 소폭 하락하는 동안, 의무지출은 13.9%에서 21.6%로 급증하기 때문이다.6
여기서 우리는 한국이 '인구'와 '재정'이라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 위기에 직면했다는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재정 적자 6는, 그 이면에 있는 '인구학적 적자'—즉, 보험료를 납부하는 근로자 수와 연금·의료 혜택을 받는 고령자 수 사이의 불균형—가 재정적으로 발현된 결과일 뿐이다. 미래 재정지출을 폭증시키는 주된 요인은 정부의 재량적 정책 선택이 아니라, 인구구조에 묶여 있는 연금 7과 고령층 의료비 40라는 비재량적 의무지출이다.
따라서 인구구조와 연동된 지출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재정 건전화를 이룰 수 없다. 정년 연장, 연금 수급 방식 개편, 의료 시스템 효율화와 같은 정책들은 단순히 사회 정책의 영역을 넘어, 국가의 장기적 재정 생존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재정 위기와 인구 위기 중 하나만 해결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두 위기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재정, 연금, 노동, 의료를 아우르는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표 1: 대한민국 복합 위기 전망 - 주요 기관별 분석 (2025-2026)
| 지표 | 한국은행(BOK) 전망 |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 | 국제통화기금(IMF) 전망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 | 주요 동인 및 위험 요인 | ||
| 실질 GDP 성장률 (%) | 2025년: 0.8 1 | 2025년: 0.8 23 | 2026년: 1.6 23 |
2025년: 1.0 3 | 2026년: 1.4 28 |
2025년: 1.0 4 | 내수 부진, 건설/설비 투자 위축,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발 관세 정책 등 통상 환경 악화 2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 2025년: 1.9 1 | 2026년: 1.8 1 |
2% 내외 안정세 지속 33 | - | - |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 국제 유가 하락 23 | |
| 실업률 (%) | - | 2025년: 3.0 23 | - | - |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창출력 약화, 특히 청년층 고용 문제 심화 가능성 2 | ||
| 핵심 동력 | 내수 중심 성장 기대 (수출 기여도 0) 32 | 내수 회복 미미, 수출 둔화 5 | - | 내수 부진, 수출 감소 4 | (내수) 고금리 여파, 소비심리 위축 23 | (투자) 건설업 부진 심화, 기업 투자 심리 악화 2 |
(수출) 세계 교역 위축, 보호무역주의 확산 5 |
| 주요 위험 요인 | 글로벌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30 | 통상 여건 악화,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 23 | 미국발 관세 전쟁 충격 27 | 미국의 관세 영향 4 |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및 보호무역주의, 대내적으로는 건설 경기 급락 및 가계부채 문제 25 |
주: 본 표는 제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각 기관의 2025-2026년 주요 전망치와 그 근거를 요약 정리한 것임.
제2부 지정학적 시련: 분열된 세계 속 안보와 외교
대한민국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전통적인 안보 체계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놓여 있다. 한층 공격적으로 변모하는 북한, 거래적 성격이 강화될 수 있는 한미동맹, 격화되는 미중 경쟁의 파고 속에서 한국은 주변국과의 복잡한 관계를 관리하며 생존과 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2.1. 북방의 위협: 북한의 도발 셈법
북한의 위협이 양적, 질적으로 진화하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이 오물 풍선 살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을 넘어, 전략무기 시험 등 '군사적 도발을 극대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0
이러한 위협 고조의 핵심 변수는 전례 없이 깊어진 북러 관계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포탄과 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잠수함, 군사정찰위성 등과 관련된 핵심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9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걸림돌이었던 기술적 한계를 단기간에 극복하게 해주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과거 북한의 무기 개발은 자체 기술력과 국제 사회의 제재라는 제약 하에 이루어졌지만, 러시아와의 결탁은 이러한 제약을 무력화시킨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제재 대상국인 북한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이 현실은 국제 비확산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한국과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을 크게 제한한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군사력 증강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라는 강력한 뒷배를 확보한 김정은 정권은 더욱 대담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9 특히,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17년과 같이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벼랑 끝 전술'을 재연할 수 있다.10 또한 2025년은 북한의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해로서,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가시적인 군사적 성과를 내려 할 동기도 충분하다.10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국제위기그룹(ICG)과 같은 국제 분쟁 전문 연구소는 한반도를 '2025년 주목해야 할 10대 분쟁 지역' 중 하나로 선정하며, 사소한 오판이 심각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11 결국 북한의 위협은 더 이상 제재와 억제로 관리 가능한 국지적 문제를 넘어, 강대국 간의 대리전 양상과 얽히면서 한층 더 다루기 어렵고 위험한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2.2. 요동치는 동맹: 새로운 시대의 한미 관계
굳건했던 한미동맹이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대한 불확실성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확장억제, 연합군사훈련, 전략적 공조 등 동맹의 핵심 기조들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12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주의' 외교를 표방하는 신 행정부의 등장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야기한다.12 특히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 조정 등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현안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12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핵협의그룹(NCG) 운영 강화 등 확장억제 실행력을 구체화하고, 신 행정부와 조기에 긴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여 정책적 이견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48 이는 동맹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다.
다른 한편으로, 동맹의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한국에게 '전략적 자율성'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는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등 독자적 방위 역량 구축 노력에서 명확히 드러난다.48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 추구는 매우 어려운 딜레마를 안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예: 대만 유사시 투입)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한국은 의지와 무관하게 역내 분쟁에 휘말릴 위험에 처할 수 있다.13 반대로 주한미군이 축소되거나 철수할 경우에는 북한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결론적으로,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은 한국으로 하여금 더 큰 자강(自强)의 길로 나아가도록 압박하고 있다. 향후 한국 외교의 성패는 핵심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달려있을 것이다.
2.3. 긴장의 파고 속 주변국 관계: 중국과 일본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동북아 정세가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안보적으로 긴밀한 일본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외교적 과제에 직면했다.
미중 경쟁의 한복판에서: 한국은 안보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관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12 한국 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건강한 한중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경제공동위원회 등 다양한 양자 협의체를 가동하여 실용적 협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50 그러나 중국이 한일중 3국 협력 체제를 이용하여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을 약화시키려 시도하는 등 13,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는 한국에게 끊임없는 전략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일 관계의 기회와 제약: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전략적 필요성은 증대된다. 미국 신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과 북한 및 중국의 위협에 맞서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 존재한다.14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국내 정치가 실질적인 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으며, 일본 역시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정권이 강력한 외교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14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뇌관으로 남아있다.15 특히 한국 내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는 대일 정책을 국익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이 아닌, 국내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14
결론적으로,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현실은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양국의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전략적 필요성과 정치적 현실 사이의 이러한 괴리는 한국이 일관되고 효과적인 역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취약점으로 작용한다.
제3부 산업의 격전: 미래 성장 엔진을 향한 사투
앞서 분석한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국가의 명운을 건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초격차 유지,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그린 전환은 한국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과제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국가 전략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인재 부족, 치열한 글로벌 경쟁, 막대한 전환 비용 등 내외부적 난관들을 심층 분석한다.
3.1. 왕관을 지켜라: 반도체 초격차 전략
반도체는 더 이상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경제 안보의 핵심이자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16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결정적인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초격차(Super-Gap)'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57
이 전략의 핵심은 압도적인 투자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약 20조 원을 투입하여 경기도 용인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는 기흥-화성-평택을 잇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심장 역할을 할 것이다.16 정부 역시 R&D 예산 지원, 세액 공제, 인재 양성 프로그램 신설 등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59 특히, 이 전략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위탁생산), 그리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이르는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59
이러한 움직임은 각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한 필연적인 대응이다.16 여기서 우리는 초격차 전략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변수인 기술을 통해 국가 안보를 담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반도체와 같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기술에서의 압도적 우위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한국을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로 만들며, 이는 군사 동맹을 보완하는 강력한 '기술 억제력(Technological Deterrence)'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한국의 경제적 번영과 국가적 생존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승부수인 셈이다.
3.2. 새로운 지평을 향해: AI와 바이오헬스에 건 국가적 승부
정부는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를 지목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AI 전략: 'AI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이라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정부는 포괄적인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17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하여 산업 육성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60, 1조 원 규모의 범용 AI 개발 사업, 8,100억 원 규모의 정책 펀드 조성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61 또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AI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아 범부처적 역량을 조율하고 있다.62 이러한 정책들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전략적 인프라'이자 지정학적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60
바이오헬스 전략: 바이오헬스 산업 역시 경제 성장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핵심 분야로 육성되고 있다.64 정부는 희망자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65, 신약 및 혁신 의료기기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규제 합리화 18, 그리고 2.2조 원 규모의 범부처 신약 개발 사업 및 1조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18 특히, 산업계의 수요에 맞춘 바이오 공정 인력, 융합형 의사과학자 등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66
그러나 이러한 야심 찬 국가적 베팅에는 근본적인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은 반도체, 조선 등에서 증명되었듯 제조업 기반의 '하드웨어'적 역량—즉, 대규모 생산, 공정 혁신, 인프라 구축—에 있다. 반면, AI와 바이오헬스는 창의적인 R&D,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위험을 감수하는 벤처 생태계, 유연한 규제 환경 등 '소프트웨어'적 역량이 성패를 좌우하는 분야다.
정부의 접근 방식 역시 대규모 센터 구축 17, 펀드 조성 18 등 하드웨어 중심적으로 흐를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산업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은 앞서 지적한 인구 위기로 인한 핵심 인재의 고갈이다.34 경직된 노동시장과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한국의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정책 방식과 AI·바이오 산업의 '소프트웨어 중심' 속성 간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들 분야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자금과 인프라를 쏟아붓는 것을 넘어, 교육·노동·규제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진정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훨씬 더 어려운 과제다.
3.3. 녹색 전환: 양날의 검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NDC) 및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매우 도전적인 기후 목표를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20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지만,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주는 양날의 검과 같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의 극적인 전환이 필수적이다. 2018년 41.9%에 달했던 석탄 발전 비중을 2030년 21.8%까지 낮추고,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2%에서 30.2%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71 이러한 급격한 전환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의 역할을 둘러싼 정책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송전망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72
더 큰 문제는 산업 부문에 가해지는 막대한 부담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74 예를 들어, 철강 산업은 기존의 고로(高爐) 공정을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 비용을 수반한다.76 이러한 전환 비용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77 정부는 배출권거래제(ETS), 기후대응기금 78, 그리고 산업계 지원을 위한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도입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76
이 과정에서 그린수소는 산업 및 수송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은 수소 생산·유통·활용 생태계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79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국의 산업 전략과 기후 정책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리하게 주시해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들 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과 공정 개선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초격차 유지를 위해 투입되어야 할 R&D 및 혁신 자본을 잠식할 위험이 존재한다.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 경우, 탄소국경세 등 국제 무역 규제로 인해 주요 산업의 부가가치가 급감할 수 있으며 77, 반대로 과도하게 급진적이고 미숙한 전환 정책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산업 성장과 기후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부족해 보이는 매우 정교하고 통합된 정책 조율 능력이 요구된다.
3.4. 소프트파워 배당: 한류 경제와 국가 브랜드
한류(Hallyu)로 대표되는 K-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국가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침체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소프트파워 배당(Soft Power Dividend)'을 창출하고 있다.
그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류가 창출한 경제적 효과는 약 37조 원에 달하며, 16만 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가져왔다.21 K-콘텐츠 수출액은 2024년 136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83 이러한 성과는 국가 브랜드 가치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 순위는 2017년 세계 31위에서 2022년 7위로 수직 상승했으며 21, 영국의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5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는 세계 12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인정받았다.84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도전 과제들이 존재한다. K-콘텐츠 산업은 게임의 MMORPG 장르 편중, 제작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글로벌 OTT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83 또한, 일방적인 문화 수출을 넘어, 상대 국가와의 상호 호혜적인 문화 교류를 통해 반(反)한류 정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87
더욱 근본적인 과제는 이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실질적인 국가 이익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있다. 소프트파워 순위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은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문화 상품 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만, 국제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이나 '국제적 영향력'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86 한 분석은 한국이 영국의 BBC나 카타르의 알자지라와 같은 글로벌 뉴스 미디어를 보유하지 못해, 국제 정치·경제 담론 형성에 있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86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소프트파워 엔진'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아직 이 엔진을 지정학적 영향력이라는 '하드파워'와 효과적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한류가 창출한 전 세계적인 호감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적, 경제적, 안보적 국익을 관철시키는 구체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표 2: 대한민국 국가 전략 이니셔티브 - 목표 및 과제
| 전략 분야 | 핵심 이니셔티브 / 법안 | 명시된 목표 | 주요 투자 / 재정 지원 | 핵심 도전 과제 | 관련 자료 |
| 반도체 | 초격차 기술 확보 전략 |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 유지, 경제 안보의 핵심 자산화 | - 삼성전자, 2030년까지 20조 원 규모 R&D 단지 투자 - 정부 R&D, 저리 대출, 세액 공제, 인재양성 지원 | 치열한 국제 경쟁, 핵심 인재 부족, 막대한 투자 비용,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 16 |
| 인공지능(AI) | AI 기본법, 국가인공지능위원회 | 2027년까지 AI 분야 글로벌 3대 강국(G3) 도약 | - 8,100억 원 규모 정책 펀드 조성 - 1조 원 규모 범용 AI 개발 사업 -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 핵심 AI 인재 절대 부족, 데이터 규제, AI 윤리 및 안전 문제 | 17 |
| 바이오헬스 |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 | 신약·의료기기 개발을 통한 경제 성장 및 국민 건강 증진 | - 2.2조 원 규모 범부처 신약개발 사업 - 1조 원 규모 K-바이오·백신 펀드 -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 긴 개발 기간과 높은 실패 확률, 글로벌 수준의 규제 합리화, 융합형 전문 인력(의사과학자 등) 부족 | 18 |
| 그린 전환 | 2050 탄소중립,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 2030년 NDC(40% 감축) 달성 및 2050년 탄소중립 실현 | - 50조 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녹색경제 전환 지원) - 기후대응기금(2.4조 원) - 민간, 43조 원 이상 수소경제 투자 계획 | 막대한 전환 비용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및 전력망 부족, 그린수소 생산 단가, 국민적 합의 형성의 어려움 | 20 |
주: 본 표는 정부 및 관련 기관이 발표한 주요 국가 전략의 목표, 재정 지원 규모, 그리고 당면한 도전 과제를 요약한 것임.
제4부 종합 분석 및 전략적 제언
본 보고서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직면한 다층적이고 상호 연결된 위기의 실체를 분석했다. 이제 분석을 넘어, 이러한 위기들을 종합하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인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편적인 정책의 나열이 아닌, 국가적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통합적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는 것이 본 장의 목표다.
4.1. 변곡점에 선 국가: 위기의 융합
대한민국은 개별적인 문제들의 합이 아닌, 여러 위기가 서로 맞물려 증폭되는 '복합 위기(Polycrisis)' 혹은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상황에 처해 있다. 각 위기들은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며 국가 전체를 옭아매고 있다.
- 인구 ↔ 경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노동 공급을 위축시켜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다. 동시에, 저성장과 청년 실업 등 암울한 경제 전망은 결혼과 출산을 더욱 기피하게 만들어 인구 절벽을 가속화한다.
- 재정 ↔ 성장: 고령화로 인한 연금·의료비 등 복지 의무지출의 폭증은 R&D, 인프라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고갈시킨다. 반대로, 성장률 둔화는 세수 기반을 약화시켜 복지 재원을 감당할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 지정학 ↔ 경제: 북한의 위협, 미중 갈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의 안보 및 통상 리스크는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킨다. 이는 경제를 약화시키고, 결국 국방력 강화와 외교력 확대에 투입할 수 있는 국가 자원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위기의 상호 연결성은 단기적인 금리 조정이나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같은 단편적이고 점진적인 정책 대응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특정 부처나 분야에 국한된 해법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담한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서의 영구적인 추락이라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4.2. 회복탄력적 미래를 위한 길: 국가 전략 프레임워크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을 겨냥한 통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에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국가 전략 프레임워크를 제언한다.
1. 국내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Grand Bargain)'
산적한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 개혁을 연계하여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하므로,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 연금 개혁: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의 점진적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시급하다.38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국가 재정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 노동 개혁: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소득 감소를 완충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숙련된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과감한 이민 정책을 국가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35
- 규제 개혁: 미래 성장 동력인 AI, 바이오헬스, 디지털 전환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해야 한다. '선(先)허용, 후(後)규제'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5
2.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을 갖춘 외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념이나 진영 논리를 넘어선 실용적이고 민첩한 외교가 필요하다.
- 자강(自强)을 통한 동맹 강화: 한미동맹을 안보의 초석으로 삼아 굳건히 발전시키되, 동맹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 등 독자적 방위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48 강력한 자강 능력은 동맹 내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 다층적·실용적 외교: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동시에, 최대 경제 파트너인 중국과는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실용적 협력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48 또한, 일본, 호주, 유럽 등 가치를 공유하는 중견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교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다층적 네트워크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14 이는 미중 사이에서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3. '선택과 집중'의 혁신 정책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 인재 중심 정책으로의 전환: AI,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 따라서 산업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자금 지원이나 인프라 구축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에서 유치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는 교육, 주거,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을 포괄하는 과제다.35
- 기후와 산업 정책의 통합: 탄소중립 정책이 산업에 부담만 주는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기회가 되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등을 활용하여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그린 기술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76
- 소프트파워의 전략적 활용: 한류의 문화적 매력을 실질적인 외교·경제적 영향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와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문화 수출을 넘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활용하여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익을 관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86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해서는 직면한 복합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위기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통스러운 구조 개혁을 단행하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민첩하게 활로를 모색할 때 비로소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지속 가능한 번영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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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수정) - 현대경제연구원,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www.hri.co.kr/upload/board/2887055909_vDf0PB9V_20250507061207.pdf
- www.taxtimes.co.kr,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www.taxtimes.co.kr/news/article.html?no=269391#:~:text=IMF%EB%8A%94%2022%EC%9D%BC%20%ED%95%9C%EA%B5%AD,%EA%B2%BD%EC%A0%9C%EC%A0%84%EB%A7%9D'%EC%9D%84%20%EB%B0%9C%ED%91%9C%ED%96%88%EB%8B%A4.
- OECD,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0.5%p 낮춰 1.0%... 美 관세 영향 - 조선일보,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06/03/6EVGGSLJYJG2VDVC6XCEL7SF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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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예산정책처,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 발간 - NBC-1TV,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nbc1tv.com/mobile/article.html?no=35153
- [에디터픽] 저출산·고령화에 “이대로 가면 2055년엔 국민연금 고갈” / YTN - YouTube,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rd6c7hLFp7U
- 고령화에 가파른 의료비 증가…"2072년 건보료율 25% 달할 수도" - 경북신문,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www.kbsm.net/news/view.php?idx=483936
- [세풍-이용호] 2025년의 북한 핵 위협, 그 끝은 어디일까? - 매일신문, 7월 29, 2025에 액세스, https://www.imaeil.com/page/view/202502181744165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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