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심 확립

내 머릿속 중고차를 클래식카로 만드는 법

semodok 2025. 7. 11. 18:40

내 머릿속 중고차를 클래식카로 만드는 법 - 원빈스님 어른수업

 

"클래식카가 더 비싸던데요?"

 

중고차를 한 대 샀습니다. 중고차는 새 차와 다르더군요. 소리도 나고, 밟아도 잘 안 나가더군요. 그런데 이 모든 현상이 당연한 걸까요?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길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방치된 중고차는 결국 폐차장으로 향하지만, 주인의 애정 어린 관리를 받은 중고차는 세월의 가치를 더한 멋진 '클래식카'가 됩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두뇌가 '중고차'의 시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새 차처럼 쌩쌩하던 청년 시절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 변화를 '당연한 퇴보'로 여기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폐차'의 길, 즉 치매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보다 그 길은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10%, 80세가 넘으면 40%가 치매를 앓는다고 합니다. 20대 중반부터 우리 뇌의 부피는 매년 줄어든다고 하니, 이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기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선택입니다. 우리에겐 분명 '클래식카'의 길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뇌는 속도를 잃고, 사람은 깊이를 얻는다.

 

"옛날 같지 않네."

한탄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 뇌의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젊은 시절의 뇌와 원숙해진 중장년의 뇌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집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유동성 지능 결정성 지능으로 설명합니다.

  • 유동성 지능: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암기하고 계산하는 능력, 즉 '속도의 지능'입니다. 이 능력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점차 느려집니다.
  • 결정성 지능: 오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된 이해력, 통찰력, 지혜입니다. 이 '깊이의 지능'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욱 발달하여 50, 60대에도 정점에 이를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속도'를 조금 잃는 대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지혜'를 얻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중장년의 기억법은 청년 시절의 순발력과 단기 기억에 의존하는 방식을 무작정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강점인 '이해력'을 바탕으로 기억의 기술을 보완할 때, 우리 뇌는 비로소 클래식카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기억의 설계도를 펼치다.

 

"머리 때리지마! 머리 나빠져!"

이런 말 들어보셨죠? 예전에는 뇌세포의 숫자는 한계가 있어 소실되면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뇌가소성'의 특징 덕분에, 나이가 들어서도 올바른 방법으로 훈련한다면 우리 두뇌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강점인 '이해력'을 기반으로 기억력을 훈련하는 이 문제의 해답은, 최신 뇌과학이 아닌 수천 년 된 고대의 지혜 속에 있었습니다. 특히 불교의 '오종법사행(五種法師行)'이라는 수행법은, 중장년의 두뇌를 클래식카로 튜닝하는 최고의 훈련법이라 할 만큼 현대 뇌과학의 원리와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청년은 기억력이 무기이지만 중장년은 이해력이 무기입니다. 중장년이 클래식카의 멋짐을 뽐내려면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기억력 훈련을 보충해야 합니다. '오종법사행'은 바로 그 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첫째는 수지(受持)와 독(讀), 즉 가르침을 충분히 듣고 경전을 반복해서 읽는 것입니다. 이는 무작정 외우기 전에 먼저 '이해'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입니다. 많이 듣고 읽어서 그 의미가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질 때, 기억의 기반 단단해지기 시작합니다.

 

둘째는 송(誦), 즉 암송입니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청년들처럼 순발력으로 단기 기억에 의존하면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하지만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송은 다릅니다. 다양한 개념과 연결된 기억이기에, 반복을 통해 뇌 회로를 단단하게 만들기에, 단기 기억은 조금 더딜지라도 장기 기억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청년들을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유의미하려면 반드시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이 가르침을 내 삶의 지표로 삼겠다"는 의지, 즉 발원(發願)이 필수입니다. 발원이라는 실이 없으면, 듣고 읽은 모든 지식은 꿰지 못한 구슬처럼 흩어질 뿐입니다. 그렇기에 암송이 전환점이 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 암송을 해낼 때 클래식카는 빛나기 시작합니다. 안 그래도 결정지능의 측면에서는 청년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암송까지 더한다면 이후 서사유통(書寫流通)과 위인해설(爲人解説) 즉, 배운 것을 직접 글로 쓰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옛적부터 스승들의 나이가 많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요?

 

당신의 존엄에 대하여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암송입니다. 이 암송이 분기점이 되어, 발원하고 실천하지 않았던 이들은 폐차의 길을 걷는 것이고, 확신을 가지고 실천한 이들은 클래식카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두뇌 훈련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인생 후반전의 존엄을 결정하는 글입니다. 폐차, 즉 치매를 걱정해야 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 클래식카로서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 존경받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바로 암송이라는 것입니다.